Bori's Farm

가뭄과 싸우기, 진딧물 방제

YIBORI 2023. 6. 21. 10:00

 

 

자연의 위대함

 

 

부제

가뭄과 진딧물과의 싸움

 

 


 

 

 

 5월 초, 모종 심기가 거의 마무리되었다.  이제 매주 곁순 따주기와 지주대 묶어주기, 물 주기 같은 관리를 위해 주말 농장에 간다. 작년엔 드문드문 봄비가 내려 물은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었는데 이게 웬 걸.....😭 비가 내리지 않는다. 가뭄이다. 

 

  농사를 시작해보니 가뭄이 피부로 와닿는다. 뉴스에서는 예년의 반정도 비가 내렸다고 했는데 모종을 심기 전부터 6월까지 제대로 된 비가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농장 주위에 논들이 있어, 늘 도랑에서 물이 콸콸 흘러나와 그 물도 받아 썼는데 아예 물이 말랐다. 거기다 주농에 물관리가 잘 되지 않아 물탱크에 물도 없다. 집에서 2리터 생수병 여러 개에 물을 채워와 관수해 보지만 주농 전체의 양을 감당하기엔 어림도 없다. 

 

 주말농장 사장님 감자밭에 있는 구역은 사장님이 본인 농사를 지으면서 계속 물을 줘 파릇파릇 잘 자라는데 우리쪽은 메말라 죽거나, 작물이 전혀 자라지 않는다. 같은 날 같은 모종을 심었는데 다른 쪽 작물은 벌써 수확하고 물을 못 준 우리 모종은 아예 자라지 않는다. 관수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비교군이 생기니 더 와닿는다. 가뭄은 작물의 성장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진딧물시작.jpg

 

 

 

 5월 말, 진딧물이 조금씩 생기기 시작해서 줄기를 모두 뒤덮었다. 작년에도 고추에 새싹이 날 때 진딧물이 붙어서 퐁퐁물이나 자닮유황이나 은행물로 방제했었는데 올해는 그렇게 되는 수준이 아니다. 알고보니 비가 오지 않아 전국적으로 진딧물이 기승이라고 한다. 흔히 봤던 진딧물이 아니라 날개가 달린 까만 날벌레 모양이라 처음에는 진딧물인지도 몰랐다. 몇 주 동안 진딧물은 점점 심해졌고 작물 줄기를 모두 뒤엎을 지경이었다. 초창기엔 고추 피해가 가장 심했었는데 나중엔 옆 골 작두콩들이 진디의 공격에 모두 죽어버렸다. 친환경 방제는 아무리 해도 효과가 미미했고 - 옆 마늘 밭 잡초 탓도 컸다 -  견디다 못해 농약을 칠까 말까 하는 찰나 반가운 비가 내렸다. 놀랍게도 시원하게 비 한 번 내리고 나서 진딧물도 함께 사라졌다. 

 

 농사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뭔지 실감했다. 시원한 비보약 한 번에 작물이 자라는 것도 너무 신기한데 비가 오지 않으니 벌레도 기승이다. 들끓던 벌레도 시원한 빗줄기에 정리된다. 반면, 비가 너무 많이 왔을 때 생기는 병이나 문제도 있다고 한다. 한 해 농사를 경험했다고 자신 있어할 일이 아니었다. 자연 앞에서 작아진 나 자신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