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s Farm

노지 월동 작물들 : 삼동파, 사계 딸기, 민트, 방아

YIBORI 2023. 5. 19. 11:00

 

 

우리 집 노지 월동 작물

- 자연의 신비 -

 

 

 


 

 

 

 노지에 심어놓은 몇 가지 작물 중에 해마다 얼굴을 보여주는 신기한 아이들이 있다. 한겨울에도 절대 죽지 않고 푸른 잎을 유지하는 트리스탄 딸기. 심지어 이 딸기는 남부 지방에서 겨울에 꽃도 핀다. 선명한 꽃이 정말 이쁘고 열매도 잘 달린다. 포기 번식도 너무 잘하고 아무것도 안 해줘도 그냥 막 잘 자라는 우리 집 노동자 딸기. 결정적인 단점은 맛이 너무너무 없다. 맛은 없지만 관상용으로 좋아서 탐내는 이웃들에게 나눔도 여러 번 했다.

 겨울에 생기만 좀 없어졌다가 봄이 되면 금방 튼튼해지는 딸기와 다르게 삼동파, 조선파, 민트, 방아는 겨울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봄이 되면 다시 돋아난다. 특히 삼동파는 4월 말쯤 주아도 함께 나와 너무 신기하다. 조선파 역시 월동이 가능하다. 봄이 오면 어느새 자라 있다.

 

 

 

노지월동끝.jpg

 

 

 

 나는 방아를 먹지 않는데 다른 분 부탁으로 방아를 심었다. (남부 지방에 살지만 방아의 존재 자체를 이십 대 중반에 알았다.) 부탁으로 봄에 방아를 심고 몇 번 수확해 드린 후 겨울을 났다. 다음 해 땅 정리 하면서 잡초를 뽑으려는데 동네 할머니께서 그거 방아라고 뽑지 말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우리 집 터줏대감처럼 방아가 자리 잡고 있다. 

 

 

 

 민트는 몇 해 전 '허브 씨앗부터 키우기'에 심취해 있을 때 파종한 아이들이다. 봄이 되면 많은 동네 꽃집에서 크기와 종류 별로 각종 허브를 판다. 가격대도 낮아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품목인데, 민트류는 아파트 실내에서 키우기가 힘들다. 직광 아래서 다글다글 웃자람 없이 자라는 아이들인 데다 통풍이 부족하면 어디서 왔는지 모를 진딧물과 응애가 잘 생긴다. 포트 구입이 쉽고 저렴하지만 그때는 '내 손으로 씨앗부터 수확까지'에 꽂혀있어 민트 씨앗을 몇 종류 사서 파종해 실내에서 키웠다. 생각보다 광량이 많이 필요로 해서 아파트 거실에서 하늘하늘 -이라고 쓰고 비실비실이라고 읽는다- 웃자라며 키우다 진딧물 폭격 한 번 맞고 바로 노지로 방출된 아이들. 씨앗에서 자란 한줄기 짜리 불쌍한 민트를 밭에 옮겨 심었는데 노지의 잡초 허브답게 천대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잘 자란다. 이웃님 중에 뿌리째 퍼가서 심으신 분들이 있는데 분양 간 곳에서도 너무 잘 자라고 있다. 요리나 음료에 사용하기 좋다. 

 

 

 

애플민트,페퍼민트,쏘렐.jpg

 

 

 

식물 카페 지인분들과 함께 키우기로 선택했던 적소렐. 허브 중에서 새콤한 맛이 나는 데다 잎맥이 붉어 샐러드나 요리에 포인트로 올리기 좋다. 다만 잎이 작아야 이쁜데 노지 월동을 거쳤더니 길이가 손바닥보다 길게 나서 생김새가 너무 무섭다. 벌써 삼 년째 자라고 있는데 잎이 여 때 잘라서 보관한다. 포기 번식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벌레도 타지 않는 종류이다. 

 

 

 

  그 외에도 돌나물이나 당귀, 머위 등등 몇 가지 산나물들도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남부지방에선 사실 약간의 보온재를 덮어주면 상추나 근대 같은 쌈채소들도 겨울에 멀쩡하기 때문에 중부 지역에서도 같은 노지 월동일 것이라 장담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단 심어놓기만 하면 다음 해 다시 먹을 수 있는 노지 월동이 되는 먹거리는 손 많이 가는 텃밭 생활에서 굉장히 편리한 작물들이니 연작이 가능한 곳에서는 꼭 심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