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주말농장을 위해
부제 : 자연의 신비
또 봄이다.
작년에 제대로 된 농사(?) 첫 경험으로 얻은 교훈 몇 가지가 있다.
- 시기를 잘 지켜라.
실내 식물과 다르게 노지 농사는 시기가 있다. 오랫동안 식집사로 지내면서 '내 시간'에 맞춰 식물들을 돌봤는데 노지 농사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과 계절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날이 추워지기 시작하는 가을농사는 일주일 차이가 크다. 여름 잡초도 제거 타이밍을 놓치면 어마어마해지니 시기에 맞춰 모종 준비와 방제는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
- 자연의 힘은 생각보다 훨씬 강하다.
'지구화분, 비보약'이라는 말이 헛말이 아니었다. 진짜 작고 하찮은 아기 모종도 노지에서 튼튼하게 살아남는다. 어떤 영양제보다 비 한 번이 성장 효과도 좋다. 일단 비가 내리고 나면 다음 날에도 눈에 띌 만큼 엄청난 성장세가 있다. 사실 작년엔 운이 좋아서 날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반대 상황이라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
- 제대로 먹으려면 한 품종을 많이
첫 농사에 궁금한 게 많아서 온갖 종류의 작물을 한 두 가지씩 다양하게 심었다. 어떻게 자라는지도 보고 조금씩이지만 맛도 보면서 너무 즐거웠다. 다만, 수확의 시기와 내 방문시기가 맞아야 하고 (특히 열매 작물의 경우) 수량이 한두 가지라 정말 찔끔찔끔 맛만 보는 정도로 수확이 가능했다.
먹을 일이 없을거 같아 하나만 심었던 가지는 갈 때마다 한, 두 개씩 수확할 수 있었다. 문제는 한, 두 개 정도로 가지밥을 하려면 매 번 가지를 추가로 더 구매해야 했고 거의 10종류의 토마토를 심었는데 토마토 크기와, 성질(껍질두께 등등), 맛 등등 특징이 모두 달랐고 한 번에 수확도 힘들었다. 알록달록 다양한 색과 크기로 익은 토마토는 너무 이쁘긴 하지만 장아찌 같은 것은 만들기 힘들었다. 유럽상추도 50여 종가량 심었는데 가족들의 기호를 확인했으니 22년에는 식구들이 좋아하는 종류로만 심기로 결정했다.
- 스테디셀러는 이유가 있다
깻잎, 고추, 가지, 파 등등 불멸의 농작물에는 이유가 있다. 쓰임새가 생각보다 많다. 파와 매운 고추 농사가 의외로 엄청 잘됐는데 잘라서 얼려놨더니 다음 해 봄까지 계속 먹을 수 있을 정도다.
-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
전문화, 기계화 농부가 아닌데다 농약도 쓰지 않는 나 같은 초보 농부는 무조건 자주 가서 물도 주고, 영양 보충도 하고 수작업으로 벌레도 잡아야 한다. 정말 부지런 떠는 만큼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다.
- 구역을 잘 나누어 심자
첫 농사라 식물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봄 작물 수확과 가을 작물 심기에 대한 계획이 부족했다. 매운 고추와 맵지 않은 고추는 멀리 떨어뜨려서, 상추는 따기 편하게 앞에 심기라는 두 가지 계획만 가지고 작물을 심었고, 간격을 얼마큼 해야 할지도 몰라 무조건 넓게 심었다가 나중에 그 사이사이에 다른 작물을 꽂아 넣었다.
처음엔 괜찮았는데 가을에 무와 배추를 심을 때 남는 공간이 애매해져서 동선이 불편했다.
그 외에도 파는 장마가 오기 전에 전부 잘라 먹고 장마 후 김장 대파 키우기 (3번은 먹을 수 있음), 토란은 손이 많이 가니 심을 거면 여러 개 심어서 가성비 있게 노동하기, 땅콩이나 토란처럼 심은 후 손 가지 않는 작물도 적당히 심고 가을배추 심을 자리 생각하면서 봄농사 하기, 지주대와 그물망 효율적으로 치기. 추가할 새 농작물과 별로였던 농작물 리스트 만들어 품목 구조조정 하기 등 새 농사 준비가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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