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ri's Farm

김장 농사 - 황금킹, 황금김장배추

YIBORI 2022. 7. 6. 09:00

 

 

 

 

김장 농사

부제 : 모든 주농은 김장을 향해 나아간다

 

 

 


 

 

 

  농사 카페에서 핫한 '황금킹'과 '황금 김장배추' 씨앗을 샀다. 나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아 배추를 키워 김장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배추가 잘 자라면 중간중간 뽑아서 샤브샤브에 넣어 먹기 위해 씨앗을 사 모종을 만들었다. 처음에 모종을 꽤 만들었고, 씨앗도 넉넉히 있었는데 엄마가 지인분께 모종과 씨앗을 나누어 드려 밭에는 12포기의 황금 배추들을 심었다. 배추의 벌레 꼬임은 유명해서 샤브샤브 먹을 만큼만 건져도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배추를 키워보기로 했다.

 

 

 

 

2021.8.18,26

배추와 가을 상추 파종

 

 황금킹 배추와 황금김장배추는 두 가지 다 속이 아주 노란 배추다. 황금김장배추는 굉장히 크게 자라지만 난이도가 있는 작물이며, 황금킹 배추는 일반 배추 크기이며 키우기 쉽게 개량된 종자다. 배추 중심 부분만 노란 타 배추에 비해 라이코펜 성분이 풍부해 배추 속이 모두 노란색이다. 수확해보니 황금킹 배추라고 특별히 재배가 어렵지는 않다. 다만 초기 방제에 실패하면 속 결구가 예쁘지 않기는 하다. 크기가 큰 배추 겉잎도 억세거나 질기지 않고 여린 배춧잎을 먹는 것처럼 아주 달고 연하다. 다만 연한 조직감 때문에 오래 보관할 김치에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 

 

 

황금배추.jpg

 

 

 8월 5일 전후로 파종하는 사람들에 비해 조금 늦게 배추와 가을 상추를 파종해서 모종을 만들었다. 우리 집은 남부지역이라 김장을 12월 말에 하는데, 배추는 추운 기후에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더 맛있어진다'라고 한다. 사실 이건 핑계고, 내가 시간이 될 때 파종해서 파종이 늦어졌다.  

 

 나는 물 파종을 하거나 좀 한가할 땐 키친타월을 깔고 솜 파종을 한다. 배추는 발아가 잘 되는 종자라 어떤 방식으로 해도 상관이 없다. 다만 무는 직파를 하기로 했다. 무도 물 파종 후 심은 적이 있는데 그때는 수확이 괜찮았지만 나중에 뿌리채소는 새싹을 옮길 때 잘 못 하면 모양이 이상하게 나올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직파도 어렵지 않으니 직파를 추천한다. 

 

 

2021.9.4

모종 만들어 심기

 

 역시 배추라 모종이 너무 잘 자란다. 건강한 모종을 엄마가 다른 사람에게 줘서 늦게 한번 더 파종한 모종인데도 성장세가 좋다. 이미 우리 주말 농장 분들은 대부분 배추나 무를 심으셨다. 내가 2주가량 늦게 심은 편인데 (우리 구역에서 제일 늦게 심음) 파는 모종에 비하면 내 모종은 아주 작다. 겨우 본잎 두 개가 막 나온 배추 모종. 내년엔 일주일쯤 파종을 일찍 하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그냥 심기로 결정했고, 심고 바로 한랭사를 씌워줬다.

 

 

배추모종.jpg

 

 

 배추는 원래 벌레가 많이 탄다. 가을은 먹을 것이 많은 봄에 비해 벌레들이 먹을 채소가 부족했고, 온갖 벌레들이 미친 듯이 배추와 열무 잎에 달라붙었다. (심지어 토란, 상추도 탐낸다) 다른 분들의 배추가 상대적으로 훨씬 커서 그분들 배추에 벌레가 많이 달라붙었고, 한랭사를 씌운 내 작은 배추들은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 

 배추를 심고 약 5알 정도의 달단무와 복숭아 순무, 그리고 텔라 님에게 받은 '농부의 장미' 몇 알을 밭에 같이 심었다. 무는 씨앗 심을 자리에 미리 물을 부어 흙을 촉촉하게 한 후 씨앗을 심었다. 

 

 한랭사 안에 약 10포기 정도의 배추를 심고, 나머지 두 포기와 열무들은 한랭사 처리를 안 했다.

 

 

배추의 성장

 

 엄청난 기세로 배추가 성장한다. 매주 깜짝 놀랄 만큼 커지는데 가을 상추가 더디 크는 것에 비하면 배추는 갈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다. 한랭사를 씌워도 벌레는 계속 생기고, 톡토기는 한랭사로는 방제할 수 없기 때문에 매주 자닮 유황과 오일, 그리고 은행물을 섞어서 배추를 정말 한 잎 한 잎 뒤지며 배추 잎이 흥건하게 젖도록 분사해줬다. 한랭사가 있지만 애벌레들도 배추에 생기는데 핀셋을 가져가 한 잎 한 잎 뒤지며 수작업으로 잡아준다. 

 인터넷 카페 후기로는 일주일에 세 번은 이렇게 방제 작업을 해야 배추가 무사하다고 하여 겁먹었는데 다행히 이번 가을엔 비가 자주 내려 그런지 벌레 잡이는 일주일에 한 번으로 충분했다. 

 한랭사 안에 있는 배추와 그렇지 못한 배추, 열무의 차이도 엄청난 데다 뒤쪽에 심은 배추, 열무는 약 방제도 성의껏 못해줘 정말 걸레가 된 상황이다. 아예 한 주 더 늦게 심은 배추는 오히려 벌레를 안 먹었다.

 그 와중에 양 옆 골이 트인 곳은 벌레가 또 얼마 없고 막혀 있는 곳은 벌레가 많아서 내년엔 밭을 두 골 받아서 바람이 잘 통하도록 농작물 배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21.9.20

 

2주후.jpg

 

 

  배추는 정식 후, 무와 쪽파는 각각 씨앗과 종구를 심은 후 약 2주 정도 지났을 때다. 일주일에 한 번은 비가 내려 물을 한 번도 주지 않았고 비 덕분인지 너무너무 잘 자랐다. 한랭사 안에 들어가 있는 배추와 아닌 배추의 차이가 엄청난 상황. 무도 위치에 따라 해충 피해 입은 상황이 다르다. 배추는 잎을 일일이 뒤져가며 혹시 애벌레가 있는지 확인한다.

 

 

배추성장과정.jpg

 

 

 일주일 간격으로 촬영한 배추 성장 과정. 달단무는 어느새 엉덩이가 보이고, 배추는 점점 자란다. 이미 활대 너비를 넘어 튀어나오는 상황이다. 황금킹 배추와 황금 김장 배추의 크기가 확연히 구분되기 시작하고, 배추가 결구되기 시작해 점점 높아진다.  배추끼리 정식 간격을 약 90cm 정도 둔 상황인데도 잎사귀가 닿아있다. 중간중간 겉잎을 좀 뜯어서 샤브샤브나 국물 요리에 넣어 먹었는데 잎이 얼마나 큰지 도마 크기를 훨씬 넘어간다. 겉잎도 억세지 않고 부드러워 요리에 쓰기도 좋고 단맛이 난다. 

 

 요즘 배추는 결구가 자동적으로 잘 되어 묶어줄 필요는 없다고 하는데 혹시 모를 냉해에 대비해 서리가 내릴 때쯤 묶어주기로 했다. 한랭사가 광합성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적당한 때 걷어주는 게 좋은데 결구가 좀 더 진행되고 걷기로 한다. 이제 결구가 진행되기 때문에 잎을 들추어 벌레를 잡기가 힘들지만, 결구가 좀 더 진행될 때까지는 방심할 수 없다. 

 

 

2021.11.20

 

 곧 첫서리가 내릴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들었다. 배추는 이미 결구가 진행되어 한랭사는 걷은 상태다. 이번 주는 동생과 둘이 배추를 묶어주기로 했다. 배추 속이 서리로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작업이기 때문에 끈으로 대충 묶었다. 배추가 커서 한 사람이 잎을 모아 잡고, 다른 사람이 끈을 칭칭 감아야 하는데 배추가 너무 크고 실하게 잘 자라 웃음이 절로 난다. 김장 생각은 조금도 없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무조건 김장까지 해야 하는 상황. 우리 주말 농장 근방에 정말 농부님들의 밭을 보면 널어놓은 마늘과, 말라가는 붉은 고추 - 고춧가루용으로 짐작 - 엄청난 파, 무 등 모두 김장을 위한 텃밭이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배추묶기.jpg

 

 

 주말농장 다른 팀들의 후기에도 김장에 쓸 재료들의 수확 이야기가 속속들이 올라온다. 결국 텃밭의 마무리는 김장으로 대동 단결되는 상황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김치를 먹니 안 먹니 해도 결국 나도 한국사람이구나 싶다.   

 

 이미 텃밭을 정리한 분들이 생긴다. 하지만 내 텃밭엔 배추, 무, 가을 상추들이 아직 자라고 있다. 심지어 고추도 아직 열매가 계속 열리고 있고 가지도 갈 때마다 한 두 개씩은 수확하는 상황이다. 파는 터질 듯이 뚱뚱해져 가끔 통째로 뽑아오기도 한다. 12월 김장철을 맞아 배추가 서리를 맞고, 얼었다 녹으면서 더더더 맛있어지길 기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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